134340
명왕성은 한때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행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그리고 지구라는 행성에 그와 비슷한 운명을 겪고 있는 작은 마을이 있다.
그 마을은 재개발로 인해 점점 무너지고 사라져 간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고있다. 고양이들은 인간이 볼 수 없는 별의 파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명왕성이 보내는 희미한 빛도 그들에겐 분명히 보였다. 그 중 ‘흑묘’라는 고양이는 변화에 무감각했고, 명왕성의 소멸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야,” 그는 이렇게 말하며 다른 고양이들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고양이들은 별의 힘을 받아, 잊혀져 가는 명왕성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마을의 잔해 위에 그 이름을 새기려 했다. 그러던 중, 흑묘는 어느 날, 명왕성의 마지막 빛이 사라지려는 순간 그 빛을 따라가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가족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명왕성의 빛이 꺼져가면서 흑묘는 그동안 외면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사라짐이 단순한 변화가 아닌 소중한 이름과 기억의 소멸임을 명확히 깨닫는다. 그제서야 흑묘는 마음을 돌려, 명왕성의 빛을 지키기 위해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진심으로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재개발은 계속되고, 고양이들은 하나둘씩 사라진다. 마침내 마을이 완전히 철거된 후 흑묘만이 남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인다. "누군가는 이 빛을 보고, 내 이름을 기억해 줄까?"